2008년 5월 5일 월요일

외식업계 상호 고민




누가 이름을 함부로 짓는가…외식업계 상호 고민


▲ 외식업계에 상표권 분쟁이 가열되고 있다. 영남외식연구소의 상호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상표권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새로운 상호를 짓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상호만 잘 지어도 대박'이라는 속설이 나올 정도로 외식업계에선 상호 짓기가 가장 중요한 창업 절차 중 하나. 하지만 괜찮다 싶은 상호는 이미 상표 등록을 마친 경우가 부지기수고 상호를 둘러싸고 갖가지 분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상호 짓기 어렵다, 어려워."

김모(37)씨는 최근 고깃집을 할 요량으로 '고기마실'이란 상호를 특허청에 신청했다. 하지만 특허청으로부터 돌아온 응답은 '안 된다.'였다. 이유인 즉, '고기'와 '마실'이란 단어가 너무 일반적이라 상호로는 부적절하다는 것.



이모(46)씨는 최근 '적은 음식을 더 제공한다.'는 뜻을 가진 '한술더'란 상호를 특허청에 신청했다. 하지만 특허청은 이 상호가 간이식당이나 일반음식점 등에 사용할 경우 "해당 업소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의 품질을 직접적으로 표시하게 되는데다 고객이 누구의 업무와 관련된 서비스업을 표시하는 상표인지를 식별할 수 없다."는 이유로 등록을 불허했다.

이렇듯 상호 짓기란 그리 녹록지 않다. 임현철 영남외식연구소 소장은 "칭호와 관념, 외관 등을 기준으로 다른 상호와 뚜렷하게 구별돼야 등록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여기에다 괜찮은 상호는 이미 특허청에 등록되어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난해 기준으로 특허청에 등록된 상표만 73만여 건. 이에 따라 일반인들이 상호를 지어 특허청에 신청하면 십중팔구 이미 등록된 경우가 많다. 임현철 소장은 "심지어 전문가들도 10개의 상호를 신청하면 7개 정도만 등록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빈번한 상표권 분쟁

하지만 일반 음식점 업주들의 상당수는 상호에 대한 인식이 아직 낮은 편이다. 임 소장은 "시중의 음식점 가운데 70% 정도는 상호 등록이 안 된 채 장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호 등록을 함으로써 장기적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할 때 용이하고 법적 보호도 받을 수 있지만 이에 대한 중요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는 것.



이에 따라 상호를 놓고 분쟁도 비일비재하다. 낙지전문점인 '낙지고을'은 1997년에 등록, 올 1월 기간이 연장된 상호지만 한 외식업자가 최근 이를 무단으로 사용하다 분쟁에 휘말렸다. 기존 등록한 업주가 뒤늦게 낙지고을이란 상호를 사용한 업주를 대상으로 법원에 상호사용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승소한 것. 결국 뒤늦게 상호를 사용한 측은 브랜드 변경에 따른 간판 교체와 홍보 변경 등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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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도 한 예. 한 업주가 백두대간이란 호프집을 차렸는데 의외로 장사가 잘 되자 같은 상호를 사용하는 음식점들이 곳곳에 생겨났다. 기존 업주는 뒤늦게 상표권 등록을 하고 법원에 상호 사용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결국 후발 주자들은 간판을 바꾸거나 폐업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런 가운데 상표권을 교묘하게 악용하는 사례도 적잖다. 기존에 장사하던 업주가 상호 등록을 하지 않은 사실을 알고 몰래 상호 등록을 한 다음, 법원에 금지 신청을 하는 경우도 있다. 기존 업주에겐 '적반하장'이겠지만 법적으로는 상표권 출원을 먼저 한 사람 손을 들어주기 때문에 앉아서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다.



◆분쟁 피하려면

외식업을 하려고 한다면 특허청에 상호 등록을 하는 것은 필수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변리사를 찾아 상호와 관련된 컨설팅을 받는 것이 좋다. 대구상공회의소 5층 지식재산센터(053-242-8080)에선 무료로 특허 관련 컨설팅을 하고 있어 이곳을 찾는 것도 현명한 선택.



개인적으론 특허청에 상호를 신청하기 전에 이미 등록이 되어 있는지를 꼭 확인해봐야 한다. 온라인으로 '특허정보 무료검색서비스(www.kipris.or.kr)' 등 특허 검색 사이트를 통해 등록 여부를 알아볼 수 있다. 사이트에 접속, 상표를 클릭하고 검색을 한다. 이 때 일반 검색보단 항목별 검색을 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항목별 검색을 할 때는 특허청 홈페이지(www.kipo.go.kr)에 들어가 자료실에서 ‘코드/분류 조회’를 클릭, ‘상품/서비스업 분류’를 클릭해 각 항목별 번호를 알아둬야 한다.

상표권을 신청할 때는 서비스(음식점 상호) 뿐만 아니라 상품도 같이 등록하는 것이 좋다. 간혹 상품이 등록 안돼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생기기 때문이다.



◆"상호를 팔아요"

최근엔 기존에 등록된 상표권이나 신규로 지은 상표권을 파는 곳도 생겨 눈길을 끈다. 영남외식연구소(053-744-4236)는 보유하고 있는 상표권을 예비창업자들이나 신규 브랜드 론칭을 준비하는 외식업계에 판매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임 소장은 "외식컨설팅을 하다보니 준비 과정에서 상호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상호가 매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상호 짓는 데만 한 달, 상호 등록하는 데 길게는 1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곳에서 보유한 상호를 사용하면 이런 시간적·정신적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

이 곳에선 100여 개의 상호를 출원해놓았거나 등록을 마친 상태로 기존에 등록되었지만 폐업이나 상표권 존속 기간(10년)이 끝난 상호, 또는 신규로 등록한 상호를 판매하고 있다. ‘옛날 고깃집'이라는 뜻의 '육소간', '운이 틴 가마솥 음식 전문점'이라는 뜻의 '운틴가마', '사계절이 다 당신에게 있다.'라는 뜻의 'DA4U' 등 쉽고 정감어린 상표권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연구소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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